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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한 전남편과 바닷가에서 살게 된 소설가의 사연은

2024-08-14 HaiPress

미국 국민작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신작 소설 ‘바닷가의 루시’ 번역 출간


상실로 가득한 코로나 19 팬데믹 시기를


아름답고도 슬프게 묘사한 소설로 돌아와

바닷가의 루시,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정연희 옮김,문학동네 펴냄,1만8000원 루시 바턴은 동시대 미국 문학의 팬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이름이자,‘문학사에 남을 불후의 캐릭터’가 됐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는 젊은 날 바에서 일하면서 글을 썼지만 원고는 늘 퇴짜를 맞았다. 그러다 1998년 첫 장편 ‘에이미와 이저벨’을 통해서 이름을 알렸다. 세번째 소설 ‘올리브 키터리지’는 그야말로 대성공을 거뒀다. 2009년 퓰리처상을 수상했고,이 작품은 HBO에서 미니시리즈로도 제작됐다.

작가의 인생을 바꾼 출세작에서부터 시작한 풍성한 세계관을 만들어내는 두 이름이 올리브 키터리지와 루시 바턴이다. 직접적 인연은 없지만 올리브가 살던 건물의 청소부인 샬린 비버의 친구로,간접적으로 연결된 루시 바턴의 삶을 가지를 치듯 그려갔다.

이번에는 ‘내 이름은 루시 바턴’과 후속작 ‘오,윌리엄!’에 이은 루시 시리즈 최신작으로 작가가 돌아왔다. 루시와 전남편 윌리엄이 죽음의 바이러스를 피해 바닷가의 집에서 함께 살게 되며 일어나는 일을 다룬 이야기다. 위기를 맞이한 세계에서도 우리를 하나되게 하는 희망과 사랑을 특유의 따스하고 절묘한 언어로 섬세하게 그려낸다.

20년을 같이 살았고,또 그만큼 오래 이혼한 채로 지낸 윌리엄과 루시는 낯선 동행을 하게 된다. 외동이라 생각했던 그가 이부누이가 있다는 걸 우연히 발견했고 그 여인을 찾아 함께 가기로 한 것이다. 각자 방을 썼고 평소보다 말은 적었지만 서로에게 다정했다.

이 여행에서 돌아온 뒤 루시는 새 소설을 펴냈다. 유럽으로의 북투어를 앞두고 그는 돌연 여행을 취소한다. 바이러스에 관한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바이러스가 뉴욕에 상륙하자 모든 것이 변했다. 친구의 죽음을 겪은 전 남편은 “같이 이 도시를 떠나자”고 권유했다.

드넓게 펼쳐진 바다와 바위가 있는 메인주의 바닷가 마을이었다. 멀리 두 섬이 보이는 집에 틀어박혀 2주 동안은 아무도 만날 수 없었다. 서로에게 음식을 해주며 버티는 그 2주 동안 뉴욕에서는 쉬지 않고 지인들의 죽음 소식이 들려왔다. 중년의 혼돈기를 겪고 있는 두 사람을 통해 독자들은 다시금 혼돈의 시기를 마주한다. 마트에서의 물건 사재기,타인에 대한 배척,백신과 거리두기까지. 외딴 곳에서 함께하며 두 사람은 평생 알지 못했던 가족의 진심을 알게 되거나,삶은 전혀 예측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루시의 독백은 울림이 크다. “나는 또한 깨달았다. 슬픔은 혼자만의 것이라고. 맙소사. 슬픔은 혼자만의 것이다.”

이 소설 속에는 이상하고 아름답고 슬픈 만남과 헤어짐이 가득하다. 마치 우리 인생처럼 말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스트라우트는 코로나19를 경험하며 이런 값진 유산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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