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13 HaiPress
이현희 서울옥션 시가감정위 총괄
상속·증여·물납제 상담 제공
30년 쌓아온 경매 데이터 바탕
아트컨설팅으로 사업 확장
이현희 서울옥션 시가감정위원회 위원장이 시가감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옥션
"미술품에 대한 정확하고 신뢰도 높은 시가 감정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예를 들면 고가의 미술품을 증여할 때 어느 시점에 증여해야 세금을 아낄 수 있는지,또 미술품을 상속받은 분이 이를 현금화할 때 언제가 가장 유리한지 같은 타이밍을 봐 드릴 수 있죠."
최근 서울옥션이 새롭게 출범한 시가감정위원회를 이끄는 이현희 총괄(서울옥션 아카이브팀장)은 미술품 시가 감정이 다양한 아트 파이낸스 컨설팅의 기본이 된다고 강조했다. 시가감정위는 최근 국내에서 미술품 시가 감정에 대한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지난해 11월 서울옥션 사내 조직으로 신설됐다. 고미술과 근현대 미술,미술사,미술품 거래 등 분야별 전문인력으로 구성돼 있다. 기존에 경매 출품작을 대상으로 경매 시작가,추정가 등을 산정하기 위해 진행했던 시가 감정을 일반에 확대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겠다는 목표다.
이 총괄은 2008년 서울옥션에 입사해 주요 미술품 경매 기획과 진행을 맡았던 미술시장 전문가다. 2019년부터는 신설된 아카이브팀의 팀장으로 미술품 기본 정보,전시·거래 이력,시가 등 관련 자료의 데이터 구축사업을 이끌고 있다. 그는 "서울옥션은 지난 30여 년간 쌓아온 20만건 이상의 실제 미술품 경매 거래 데이터와 노하우,전문지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 어느 기관보다 미술시장과 맞닿아 있는,신뢰도 높은 시가 감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옥션의 미술품 시가 감정 서비스 절차는 이렇다. 먼저 의뢰자가 서울옥션 홈페이지나 이메일을 통해 감정의뢰서를 접수시키면,이를 바탕으로 감정 진행 가능 여부와 감정 수수료 견적을 먼저 안내받게 된다. 이 총괄은 "작품의 진위 감정까지 진행하지는 않기 때문에 진위가 불분명하거나 중국 미술품처럼 작품의 범위가 너무 광범위한 경우 접수 단계에서 진행이 불가능함을 알린다"고 밝혔다. 의뢰자가 견적을 받아본 뒤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면 작품의 보존 상태 등을 확인하는 실물 조사와 유사 작품의 최근 거래 가격,해당 작품에 대한 시장 수요 등을 조사하는 자료 분석·평가가 진행된다. 이 총괄은 "예를 들어 국내 미술시장 특성상 근현대 입체 작품은 선호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면 평면 작품이 좀 더 가격대가 높게 형성된다. 또 해외 작품의 경우 국내로 들여오는 비용 등 여러 여건을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감정 소요 기간은 2주에서 한 달 정도다. 고객은 근거 자료를 첨부한 시가 감정 결과보고서를 발급받는다. 이 총괄은 "미술품 시가 감정과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국가공인기관이라는 게 없다"면서도 "서울옥션의 경우 국세청,예금보험공사 등의 예술품 전문매각기관으로 선정된 바 있다. 대외적으로 공신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확한 시가 감정은 상속과 증여뿐만 아니라 미술품 물납제(기증을 통한 세금 납부)에서도 필수적이다. 국내에서는 2023년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으로 문화유산 등에 대한 물납제가 도입된 뒤 지난해 10월 최초로 물납 미술품 4점이 허가받았다. 소장자가 미술품에 대해 보험을 들 때도 자산으로서 작품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는 것이 중요하다.
이 총괄은 "물납제의 취지는 중요한 문화유산을 국가 자산으로 보존하고,이렇게 확보한 작품을 국민이 누릴 수 있도록 문화적 기회를 증진하는 데 있다. 이 때문에 얼마만큼의 세금을 대체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과 함께 실제 물납제 대상이 될 수 있는 작품인지에 대해서도 평가가 필요하다"며 "서울옥션은 국립현대미술관 등 기관 컬렉션에 대한 전문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종합적인 상담을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옥션은 향후 시가감정위의 서비스 범위를 미술품 시가 감정에서 미술품 담보 대출 같은 아트 파이낸싱을 비롯해 프라이빗 세일,경매,작품 제안 등 고객 맞춤형 아트 컨설팅으로 확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 총괄은 "현재는 개인 소장품들에 대한 의뢰 위주로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는데,앞으로는 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시가 감정 서비스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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