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11 HaiPress
송제용 마포문화재단 대표 인터뷰
90년대 인기가수 소환 공연
상주음악가·창작 뮤지컬 시도
기초재단선 이례적 제작극장
차세대 클래식 연주자 음악회
한글 창작가곡 음원도 발표
"달걀 쌓듯 간절하게 준비하고
지칠 정도로 일하니 신뢰 쌓여"
마포아트센터 플레이맥(소극장)의 빈 객석에 앉은 송제용 마포문화재단 대표. 한주형 기자
송제용 마포문화재단 대표(59)의 집무실 벽면은 신문 스크랩으로 빼곡하다. 2020년 취임 이래 여러 지면에 특필된 재단의 새롭거나 재미 있는 기획공연 관련 기사들이다. 그 사이에 직접 인쇄해 붙였다는 '즉각조치' 네 글자도 선명하다. "성격이 급해서 직원들에게 '빨리빨리 일하자' '결재는 24시간 내 처리하자'고 닦달하는 것"이라지만,그 덕분에 못 볼 뻔했던 공연,어디서 본 적 없는 공연들이 무사히 무대에 올랐으리라고 짐작이 간다.
"대표가 일을 많이 한다는 게 자랑이 아닐 수도 있지만,아티스트나 공연 주제,프로그램 선정을 다 제가 해왔어요. 좋아서,재밌어서 하는 거거든요. 그러니 일을 끊임없이 만들어서 했죠. 임기 중 외부 공연은 한 건도 사지 않고 오로지 직접 기획한 것들만 올렸어요. 남들이 이렇게 하지를 않으니 마포문화재단이 수많은 '최초' 기록을 쓴 것 아니겠어요?"
서울 각 자치구에서 운영하는 기초문화재단은 총 22개. 유독 마포에선 상주음악가 제도(M아티스트) 도입,한국 가곡을 소재로 한 뮤지컬 '첫사랑' 제작 등 여러 '최초'를 시도했다. 마포구에서 예산을 받아 연 130억원으로 살림을 꾸리는 사정은 여느 문화재단과 비슷하니,새로운 시도는 때로 무모하단 눈길에 부딪힌다. 그러나 송 대표는 "문화도 생물처럼 변화한다. 업그레이드하려면 과감하게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까지 3년 연속 실시한 한글날 창작시 공모전 '훈민정음 망월장'도 그런 사례 중 하나다. 선정된 시에 선율을 입혀 창작가곡 음원으로 발표했다. 어느 전문가는 낯선 시도라며 '이게 무슨 가곡이냐' 했다지만,막상 공모엔 1000명 가까이 참여해 반응이 좋았다. 가곡 기획을 계속하다 보니 올해 하반기엔 사무엘 윤부터 연광철까지 세계적인 성악가들 무대를 'M 연가곡 시리즈'로 선보였다. "문화란 게 '난상가란'(달걀 위에 달걀을 쌓는다는 뜻의 고사성어)이란 생각이 들어요. 결코 이루기 어려워 보여도 간절한 마음이 통할 때가 있습니다."
아이디어의 발원지는 책,신문,유튜브,커뮤니티,공연장 등 다양하다. 특히 "아무리 일이 바빠도 종이 신문은 매일 보려고 한다"며 "이 기사 제목은 왜 이렇게 뽑았을까,어떤 기사를 더 크고 작게 썼나 등을 생각하며 읽는다"고 했다. 한겨레신문 창립자 고 송건호 선생의 차남이자 신문사 편집부,광고국 등에서 30년 직장 생활을 거친 그는 "이 좋은 건 나만 보고 싶단 생각을 할 정도"라며 웃었다.
색다른 기획은 종종 어린 시절의 예술적 영감에서 발단한다. 올해 6월 개최한 청소년 밴드 경연대회 '중등밴드'는 자신이 중고등학생 시절 밴드 활동을 했을 때 "뭘 가르쳐주는 어른이 없어서 답답했다"는 기억에서 비롯했다. 1990년대 인기 가수를 다시 무대로 소환한 대중가요 시리즈 '어떤가요'는 "가수 이정봉과 술잔을 기울이다 그의 곡 '어떤가요'로 말장난하면서 시작됐다"며 "청년 시절 듣던 노래들 기억에 의존해 짜맞춰 기획했다"고 했다. 2022년 7월 첫 회를 시작으로 가수 이정봉,이치현,김완선,심신,현진영 등이 거쳐 갔고,다음달 10일 11회 공연엔 전영록·민해경이 합동 무대를 꾸민다.
기초문화재단은 주민들의 일상과 가장 인접한 문화 시설 중 하나다. 그래서 저녁 시간 대극장을 채우는 공연 말고도 평일 인문학 콘서트 '다방정담',자유로운 음악감상실 '음악공간' 같은 기획도 선보였다. "힘든 운동도 매일 하면 인이 박인다는 말처럼 공연도 눈과 귀,마음의 근육을 단련할 필요가 있어요. 새로운 시도로 공연장 문턱을 없애고 공연장에 오는 버릇을 들이게 해주는 게 기초문화재단의 역할이죠."
신인을 발굴·소개하는 역할도 톡톡히 했다. 2025년 M아티스트로 선정한 바리톤 박주성,다음달 18일 마포문화재단 신년음악회에 협연자로 발탁한 중학생 바이올리니스트 이현정 등 차세대 연주자들에겐 뜻깊은 기회다. 이 밖에도 코로나19 시기 비대면·영상화 클래식 축제 개최,극장 리모델링과 재개관 등 임기 중 굵직한 경험이 많았다. 동시에 재단 직원 복리후생을 확대해 지난 1월 한국노총에서 감사패를 받았다.
재단의 첫 연임 대표로서 임기는 내년 2월에 끝난다. 그의 마음가짐은 시작할 때나 지금이나 '사이후이'다. 제갈공명의 명운을 건 출사표로,끝까지 힘쓰다 죽어서야 일을 마치겠다는 비장함이 서려 있다. 송 대표는 "늘 하던 대로 소신 있게 목소리를 내고 지칠 정도로 일만 했더니 직원들과도 신뢰가 쌓였다"고 돌아봤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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