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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사물로 틀을 깬 양혜규의 20년…영국서 첫 서베이展

2024-10-17 HaiPress

영국 런던 헤이워드갤러리


양혜규 개인전 ‘윤년’ 선봬


1995년 이래 작업 총망라


한국 첫 개인전 재현하고


커미션 신작 3점 최초 공개


“예술 외연 끊임없이 확장”

양혜규 ‘윤에 따른 엇갈린 랑데부’(2024). 반체제 작곡가 윤이상의 ‘이중 협주곡’(1977)을 모티브로 한 블라인드 설치 작품이다. 런던 송경은 기자 블라인드와 형광등,빨래 건조대,행거,싱크대….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가정 용품들이 영국 런던 한복판의 한 전시장을 가득 메웠다. 블라인드는 창문이 아닌 천장과 바닥에 있고,싱크대는 벽면에 그림처럼 걸렸다. 블라인드로 가린 건 햇빛이 아닌 백색 전구의 빛. 뜨개실,전통 한지 등 한국의 정취가 담긴 물건들도 곳곳에서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처럼 런던을 떠들썩하게 만든 주인공은 독일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한국 작가 양혜규다. 전통과 현대를 자유롭게 오가며 친숙한 물건들을 낯설게 병치한 이곳에 서 있자니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주인공이 된 것만 같다.

양혜규 작가의 개인전 ‘윤년(Leap Year)’이 내년 1월 5일까지 런던 헤이워드갤러리에서 열린다. 영국에서 열리는 첫 대규모 서베이 전시로,1995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양 작가의 작품 활동 20년을 총망라하는 120여 점의 작품이 5개 전시관을 가득 채운다. 삼성문화재단의 후원을 받은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된 커미션 신작 3점도 최초로 공개된다. 또 일찍이 독일로 이주한 양 작가가 한국에서 처음 열었던 개인전 ‘사동 30번지’(2006)는 18년 만에 재현돼 다시 관객을 맞는다.

전시는 관람 동선을 따라 걷는 동안 관객들이 ‘광원 조각’ ‘중간 유형(The Intermediates)’ ‘의상 동차(Dress Vehicles)’ 등 양 작가의 대표 연작을 다채로운 형태로 경험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이번 전시 기획을 총괄한 융 마 헤이워드갤러리 수석 큐레이터는 “서베이전이지만 작품을 연대기 순으로 나열하는 대신 다양한 층위를 지닌 양혜규의 작품 세계를 잘 보여줄 수 있도록 서로 다른 시기나 매체,주제에 대한 구분 없이 총체적으로 접근해 스토리텔링을 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작품을 보관할 곳이 없어 박스째 쌓아 이를 작품화한 양혜규의 ‘창고 피스’(2004). 런던 송경은 기자 그 스토리는 다양한 감각을 자극하는 조각과 대형 설치,종이 콜라주 작품으로 펼쳐지면서 이민자의 삶과 노동과 산업,문화적 전환 같은 주제를 아우른다. 일상적인 사물을 평범하게 바라보지 않고 새롭게 재해석하며 문화적 순응을 거부해온 양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융 마는 “작품이 처음엔 지극히 개인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들여다 볼수록 사회적인 것,정치적인 것,신화적이고 영적인 것,상호 연결성과 움직임의 개념을 시각화한 것으로 확장됨을 알 수 있다”며 “양 작가는 동아시아의 전통과 민속,모더니즘,현대 미술사와 자연 등 다양한 역사와 관습을 넘나든다”고 설명했다.

전시장 입구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창고 피스’(2004)는 양 작가가 런던 레지던시에 입주해 있을 당시 작품을 보관할 곳이 없었던 상황을 그대로 작품화한 것이다. 유럽 곳곳에서 열린 전시가 끝난 뒤 돌아온 조각,설치 작품들을 박스째로 맥주 박스,플리스틱 간이의자 등 창고의 다른 물건들과 함께 높이 쌓아 고정시킨 작품이다. 박스 안에 든 작품은 전시 기간 일주일에 하나씩 풀어 전시된다. 융 마는 “작가의 현실적인 고민을 해결함과 동시에 작가의 삶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개념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양 작가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작가들의 창고 문제는 여전하다”고 전했다.

‘사동 30번지-런던 버전’(2024)은 양 작가가 지난 2006년 외할머니가 살던 인천 폐허에서 열었던 한국 첫 개인전 ‘사동 30번지’를 새롭게 재해석했다. 당시 무대가 됐던 폐허는 이제 인천에도,런던에도 없지만 종이접기로 만든 물건들과 조명 기구,케이블,선풍기,건조대,스탠드 등 전시를 구성했던 작품들을 그대로 선보이면서 지나온 흔적과 변화를 조명한다. 여기에는 양 작가가 서울에서 대중교통을 타고 인천에 도착해 과거 외갓집이 있던 곳을 찾으려다 길을 헤매는 장면이 담긴 새 영상도 포함됐다. 융 마는 “‘사동 30번지’(2006)는 기존 미술 전시의 틀을 깬 전시였다”고 평가했다.

양혜규 개인전 ‘윤년’이 열리고 있는 영국 런던의 헤이워드갤러리 전시장에 대표작인 ‘중간 유형’ 연작이 전시돼 있다. 헤이워드갤러리 전시의 대미는 층층이 다양한 색상과 각도로 배치된 베네치아 블라인드로 구성된 대형 설치 작품 ‘윤에 따른 엇갈린 랑데부’(2024)가 장식했다. 분단 상황 속에서 독일로 망명한 작곡가 윤이상(1917~1995)의 ‘이중 협주곡’(1977)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윤이상의 음악과 함께 작품은 디아스포라의 아픔을 노래하는 동시에 화합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한다. 어두운 공간에서 주기적으로 블라인드를 비추는 조명은 누군가 이를 바라보며 숨을 쉬는 것 같은 효과를 냈다. 양 작가는 “음악과 빛의 조화는 처음 시도한 것”이라며 “오랫동안 정치적 인물로만 알았던 윤이상을 음악가로서 탐구했다”고 설명했다.

시각뿐만 아니라 청각,촉각을 통해 체험할 수 있는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신작 ‘그라데이션의 소리 나는 물방울들-워터 베일’(2024)은 ‘소리 나는 조각(Sonic Sculptures)’ 시리즈의 일환이다. 주로 동아시아권에서 열린 문의 가림막으로 흔히 사용하는 비즈 발과 유사한 형태로 얇은 체인에 은색과 파란색의 반짝이는 방울들을 달아 높이 2.7m의 발을 만들었다. 관객이 커튼을 열듯 손으로 이 발을 걷으며 통과할 때면 방울 소리가 온 공간에 울려퍼진다.

영국 최대 복합문화예술센터인 사우스뱅크센터에 1968년 개관한 헤이워드갤러리는 런던을 대표하는 현대미술 전시공간으로 브리짓 라일리,트레이시 에민,브루스 나우만,아니쉬 카푸어 등 세계적으로 가장 혁신적인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소개해왔다. 랄프 루고프 헤이워드갤러리 관장은 “양혜규는 세계에서 가장 선구적인 예술가 중 한 명으로,놀라운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예술의 정의와 표현 방식에 대한 경계를 넓혀가는 작가”라고 호평했다.

영국 런던의 헤이워드 갤러리에서 관람객들이 양혜규 작가의 영상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헤이워드갤러리 런던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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